“오늘 하루 뭘 했지?”

사업을 혼자 굴리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분명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했는데, 정작 오늘 뭘 했는지 떠올리면 뚜렷하게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매출에 직접 영향을 준 일은 몇 가지 안 되고, 나머지는 뭔가를 처리하고, 확인하고, 대응하다가 사라진 시간들입니다.

이게 반복되면 번아웃이 옵니다. 열심히 하는데 왜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없지, 하는 감각이요.

문제는 ‘바쁨’이 아니라 ‘어디에 바쁜가’입니다

1인 사업자의 시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돈이 되는 일. 직접 매출로 연결되는 작업입니다. 신규 거래처 미팅, 상품 기획, 마케팅 콘텐츠 제작, 영업 활동 같은 것들입니다. 사업가라면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사업을 유지하는 일. 당장 돈이 되진 않지만 안 하면 사업이 돌아가지 않는 작업입니다. 주문 처리, CS 응대, 재고 확인, 세금계산서 발행 같은 것들입니다. 외주로 쉽게 맡길만한 작업입니다.

낭비되는 시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간입니다. 불필요한 검색, 같은 이메일을 여러 번 읽기, 결정을 미루면서 고민만 하기, 맥락 없이 SNS 보기 같은 것들입니다.

대부분의 1인 사업자는 자신이 세 번째 유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 모릅니다. 기록하기 전까지는요.

하루 업무를 기록하면 처음으로 보이는 것들

딱 일주일만 기록해봐도 패턴이 보입니다.

오전에 이메일 확인하고 답장하다가 1시간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작업 중간에 카카오톡 알림 볼 때마다 흐름이 끊기고, 다시 집중하는 데 15분씩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실제 작업 시간은 40분인데, 앞뒤로 멍하니 있거나 다른 탭 열어보다가 2시간이 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게 그냥 “오늘 하루 일했다”로 뭉뚱그려집니다.

기록하고 나면 “나는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집중이 잘 된다”, “이 작업은 내가 직접 하면 2시간인데 외주 맡기면 30분이면 된다”, “CS 응대가 하루 평균 1시간 20분을 잡아먹고 있다” 같은 구체적인 숫자가 생깁니다.

숫자가 생기면 결정이 쉬워집니다.

기록 방법, 복잡하게 할 필요 없습니다

거창한 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메모장이나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작업을 시작할 때 시간을 적고, 끝낼 때 시간을 적습니다. 작업 이름은 짧게, 한 줄이면 됩니다.

09:10 이메일 확인 및 답장
09:55 상품 이미지 편집 (3컷)
11:20 스마트스토어 상품 등록 2개
12:10 점심
13:00 거래처 전화 응대
13:30 견적서 작성

이걸 일주일만 모아봅니다. 그러면 어떤 작업에 얼마나 쓰는지, 어느 시간대에 집중이 잘 되는지, 어떤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록 후에 해야 할 질문 세 가지

데이터가 모이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작업, 내가 직접 해야 하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내 핵심 역량과 무관한 작업이 있다면, 외주나 자동화를 검토할 근거가 생깁니다.

“이 작업, 지금 해야 하나?”

급하지 않은데 습관적으로 먼저 처리하는 작업들이 있습니다. 이메일을 하루에 5번 확인하는 것처럼요. 묶어서 처리하면 집중 시간이 늘어납니다.

“이 시간, 왜 기억이 안 나지?”

기록을 보다 보면 분명히 앉아있었는데 아무것도 안 적힌 구간이 나옵니다. 그 구간이 진짜 낭비 시간입니다. 이걸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쓸 만한 툴 추천

툴은 본인 스타일에 맞게 고르면 됩니다. 복잡한 앱이 오히려 기록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것도 설치하기 싫다면 → 구글 스프레드시트

날짜, 작업명, 시작 시간, 종료 시간 네 칸만 만들어서 매일 채워 넣으면 됩니다. 일주일치가 쌓이면 어디에 시간을 쓰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진입 장벽이 없고, 나중에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편합니다. 개발 지식이 조금 있다면 자동화하기에도 좋습니다.

저희 엔씨온은 특정 프로젝트의 경우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소규모 CRM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할 일 관리랑 같이 하고 싶다면 → Microsoft To Do + 구글 캘린더

오늘 할 일은 Microsoft To Do에 적어두고, 시간 단위 일정은 구글 캘린더에 블로킹하는 방식입니다. 할 일 목록과 시간 배분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어서 하루 구조가 눈에 보입니다.

둘 다 무료에 모바일 앱도 있고, 익숙해지면 아침 10분으로 하루 업무를 세팅하는 루틴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구글 캘린더에 실제 소요 시간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주일 후에 내 시간이 어디에 쏠렸는지 한눈에 파악됩니다.

메모와 기록을 한 곳에 모으고 싶다면 → Notion

할 일 목록, 업무 기록, 메모를 한 공간에서 관리하고 싶은 분들에게 맞습니다. 간단한 표 하나 만들어서 날짜, 작업명, 소요 시간, 메모를 같이 적으면 업무 일지 겸 시간 기록장이 됩니다. 처음 세팅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한번 만들어두면 나만의 업무 대시보드로 쓸 수 있습니다. 무료 플랜으로도 1인 사업자 수준에서는 충분합니다. 다만 데이터가 많아지면 많이 느려지는 현상이 조금 아쉽습니다.

어떤 툴이든 핵심은 하나입니다. 며칠 써보다가 그만두지 않는 것. 기록 자체보다 기록을 보는 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10분만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거기서 다음 주 업무 구조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처음 일주일이 전부입니다

업무 기록을 평생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처음 일주일만 해봐도 자신의 시간 패턴이 파악됩니다. 그 이후엔 기록 없이도 어디서 시간이 새는지 감각적으로 알게 됩니다.

1인 사업자에게 시간은 자본입니다. 돈은 나중에 벌 수 있지만, 오늘 낭비한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일주일만 적어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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