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정글에 올라온 칼럼을 읽다가 흥미로운 마케팅 용어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경비’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소비 가치인데요. ‘가격 대비 대접’을 의미하는 이 말이 요즘 화제라고 합니다. 처음엔 그저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의미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곱씹어 보니 생각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존중’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테무 앱을 사용하다가 열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회원을 우대하기 위한 이벤트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행사였습니다. 특정 포인트를 모으면 경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앱은 ‘돌림판’을 이용하여 나름 고액의 포인트를 제공했는데 90% 정도 포인트를 모으자 실제 구매를 해야 추가 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90% 포인트를 모으는데도(무료이지만) 꽤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이왕 한 김에 그럼 소액을 구매하고 포인트를 채워보자는 생각에 저는 2만 원가량의 쇼핑을 진행했습니다. 90%가량 모을 때까지는 1만, 2만 포인트를 주더니 쇼핑을 통해 얻는 포인트는 고작 10단위 포인트. ㅋㅋㅋ 바로 뒷목 잡았습니다. 경품을 받기 위해서는 꽤 많은 금액을 또 주문해야지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나는데 추가로 낭비한 시간을 생각하니 열받더군요. 조롱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존중’이란 결국 ‘당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질문들
여러분의 서비스에 ‘가경비’를 적용해 보고 싶다면 이런 질문들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1. 우리는 고객의 시간을 존중하고 있나?
- 불필요한 클릭이나 입력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나
- 고객이 기다려야 하는 순간, 그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나
- 고객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 우리는 고객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나?
- 고객이 서비스를 떠날 때도 정중하게 대하고 있나
- 실수했을 때 쉽게 되돌릴 수 있게 하고 있나
- 고객의 No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나
3. 우리는 고객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나?
- 모든 고객을 획일적인 여정으로 밀어 넣고 있지 않나
- 고객만의 특별한 사용 패턴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나
- 다양한 선호도와 취향을 포용하고 있나
‘가경비’를 고민하면서 느낀 점은 이게 단순히 고급화 전략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우리는 고객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가깝습니다.
값비싼 포장이나 화려한 서비스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고객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분의 시간과 선택을 존중하며 불편함에 공감하는 것. 어쩌면 이게 진정한 ‘가경비’의 시작이 아닐까요?